나를 살린 파크골프
20여년 전 몸이 갑자기 무겁기 시작하더니, 병원에서 당뇨 진단을 받았다.
눈 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당장 죽는 병은 아니었지만, 당뇨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참 힘들게 했다. 사람에게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건데, 앞으로는 그것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에 서글퍼졌다.
그러니 다른 즐거움을 찾아야 했다.
당뇨에서 식이요법만큼 중요한 것이 운동이었다.
의사는 매일 걸으라고 하는데, 혼자 걷는 게 도대체 무슨 재미가 있었겠는가.
그래서 강아지라도 기르면서 매일 산책이라도 해야 하나, 어디를 어떻게 걸어야 하나, 생각이 많을 때였다. 지인이 파크골프를 추천해주었다.
그때는 우리나라에도 파크골프가 들어온 초창기였다. 그러니 나도 처음 들어보는 운동이었다. 그런데 그 지인은 파크골프라는 것이 3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형 스포츠라며, 푸른 잔디를 걷는 운동이니 무릎에도 부담이 가지 않으니 나에게 딱 맞는 운동이라고 했다. 거기다 한번 경기를 시작하니 8km는 거뜬히 걷게 되니 운동량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팀을 이루어 치니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들이 참 매력적으로 들렸다. 그래서 속는 셈 치고 시작한 파크골프에 푹 빠져 지금이 된 것이다.
이제는 파크골프를 치면서 전국 곳곳에 있는 좋은 구장들을 돌면서 공을 치다보니 여행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건강도 챙기고 일석 삼조가 따로 없이 사는 중이다.
파크골프 독립, 일본과 이별하기
파크골프가 시작된 건 일본이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이 파크골프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일본에서는 파크골프를 가벼운 놀이로 보고, 우리나라에서는 엄연한 스포츠로 본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처럼 깨작깨작하지 말고 운동이 되야 하는데, 일본처럼 9홀 연장 길이가 500미터의 구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의 구장을 790미터까지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더 즐겁게 파크골프를 즐기기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반대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으니 행동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장장 3개월을 싸웠다.
그리고 결국 바꾸는데 성공했다. 그러고 나니 이제 좀 스포츠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형태가 된 것 같았다.
그런데 파크골프를 치다보니, 참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었다.
파크골프라는 것 자체가 일본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처음에는 모든 것이 일본에 맞추어져 있었다. 채도, 공도, 구장의 규격도 모두 일본이 기준이었다.
그러다보니, 채나 공에 문제가 생기면 일본으로 직접 연락을 해서 AS를 받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드는 시간과 돈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채를 처음 손에 잡아본 순간을 기억한다.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채를 만들고 나니, 소모품인 공이 아쉬워졌다. 그래서 공도 우리가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채와 공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싸게, 파크골프를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오히려 일본으로 역수출을 계획하고 있으니, 지금의 파크골프는 일본에서 당당히 독립한 것이 아닐까 한다.
파크골프 전도사가 되어서
내가 파크골프협회의 협회장 자리를 맡은지 어느새 7년째다.
그저 파크골프를 좋아해서 시작했다가 제일 중요한 자리까지 차지하다보니 부담감이 상당했다. 내가 이 자리에 있을 때 파크골프를 더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파크골프를 알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제대로 된 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규칙을 알고 알려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과 공인인증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먹구구식으로 누구에게나 주는 자격증이 아니라, 자격시험도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더 상급의 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제한도 두었다. 이런식으로 하나씩 체계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조만간 여러 대학교에서 파크골프 관련 전공이 개설된다고 하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파크골프의 활성화를 위하여 다양한 전국 대회를 개최하고, 2024년 3월 15일에는 대통령기 전국 파크골프 대회도 대구에서 열린다. 이런식으로 파크골프의 위상을 높이면서 전국체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파크골프 인구는 지금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24년 현재 파크골프 인구는 14만 명이 넘고 있다. 2017년 기준 2만명이 되지 않았던 것이 비교하면 그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다.
그러니 새롭게 파크골프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재미를 알려주면서도 안전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들이 많다.
파크골프 관련 시설들이 파크골프를 즐기는 인구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시설을 이용할 수가 없어, 파크골프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래는 가까운 곳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 파크골프인데, 의도치 않게 먼 곳까지 이동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역차 역시 안타깝다. 파크 골프 인구가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의 차이, 경제 수준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의 차이, 파크골프장이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이 존재했다. 그런데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니, 가입하는 회원 수의 차이가 컸다. 어떤 곳은 회비도 높고, 가입하려는 사람도 많다 보니 운영이 여유롭고, 어떤 곳은 회비를 낮춰줘도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적어 운영이 힘들 지경이기도 했다.
그걸 무조건 자유에 맡기다 보면 모두가 즐겁게 파크골프를 치게하고 싶은 내 신념에 어긋났다. 그러니 협회가 나서서 그런 균형을 맞춰야했다.
나의 꿈 파크골프
앞으로 나의 꿈은 모든 지역에 36홀의 파크골프장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알고, 함께 운동했으면 하는 것이다. 파크 골프가 한국에 들어온지 20년이 넘었고, 전국에 400개 가까운 구장이 생겼는데도 아직도 파크골프라고 하면 뭔지 몰라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난 그것이 참 안타깝다. 그러니 아직도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나, 이금용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알고 즐길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노력하고 있다.
<이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