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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커피 생활

세상에 똥커피가 뭐길래 이렇게 비싸?

처음에 ‘똥커피’ 얘기를 들었을 때는 농담하는 줄 알았다. ‘얼마나 맛없으면 똥커피라고 부를까?’ 그런데 고급 카페에 가보니 ‘커피 루왁’이라고 사향고양이 똥커피라는데 한 잔에 삼만 원이었다. 이것도 가격을 많이 내린 것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세상에 한 사발을 주는 것도 아니고 250ml 쯤 될까 말까 한 정도의 양을 주면서 이 가격이면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거야?

똥이라면 지나가다 보기만 해도 얼굴 찌푸리며 피해가고, 글자로 보기만 해도 불쾌해지는데 우아한 분위기로 마시는 커피와 똥의 조합도 의아한데 거기에 엄청 비싸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 아시아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손마다 귀한 분께 선물한다고 똥커피가 들려있으니 뭐가 다르고 좋은 것인지 살펴보자.

 

가장 유명한 똥커피, 커피 루왁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인도네시아에서 재배 및 생산하고 있는 커피로 보통 한국인들에게는 발리 여행 필수 또는 베스트 구매 아이템으로 꼽힌다.

사향고양이에게 커피 열매를 먹여서 그 사향고양이가 싼 똥에 들어있는 원두를 채집해서 추출하여 로스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는다고 해도 원두는 그대로 똥과 함께 배출되기 때문에 깨끗이 세척해서 똥을 제거하고 난 후 원두를 로스팅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들 중에 대창, 곱창도 동물이 음식을 먹고 지나가는 창자 요리라 생각하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생각한다.

루왁은 다른 커피 생두와 달리 사향고양이의 뱃속에서 나오다 보니 빛깔이 짙고 향 또한 소화기관을 거치는 동안 독특한 발효취와 풍미를 지니게 된다. 다만 생산 과정도 어렵고 다른 커피 생두에 비해서 생산량이 적은 편이라 가격이 비싸고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루왁 커피가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은 영화 ‘버킷리스트’가 기폭제가 되었다. 갑부인 주인공(잭 니컬슨 분)이 죽기 전에 마시고 싶은 음료로 세상에서 제일 비싸다는 루왁커피를 어렵게 구해 마셨는데, 동물의 똥이라는 소리를 듣고 황당해 하며 크게 웃는다. 풍자로 사용 된 루왁이 엉뚱하게도 비싼 커피를 널리 알려 대박 상품이 되게 하는 계기가 되니 재미있는 일이다.

 

똥커피 중에서도 가장 비싼 커피, 코끼리똥 커피

 

블랙아이보리란 '코끼리 똥 커피'를 말한다. 블랙아이보리 커피는 코끼리 종류 중 하나인 아시아코끼리에게 커피 체리와 함께 사과, 바나나, 파인애플 같은 과일들과 쌀밥 등 특별식을 먹여 소화되지 않고 배설물에 섞여 나온 커피생두를 골라내 만든다. 코끼리의 상아를 뜻하는 영단어 '아이보리'가 이름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태국과 라오스 국경 지대에서 생산되며 도이창 커피콩의 아라비카 종만을 코끼리에게 먹여 뱃속에서 발효시킨 품종으로 세계에서 제일 비싼 커피로 알려져 있다. 코끼리똥 커피는 코끼리에게 33㎏의 커피 열매를 먹여야 1㎏의 원두를 추출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효율이 낮다. 1년 생산량은 고작 200㎏. 값으로 따지면 30g에 30~40만 원이다.

사탕수수의 달콤한 맛과 바나나의 부드러운 바디감은 일반 커피에서 느낄 수 없는 감미로움, 진한 향과 강한 뒷맛의 여운이 독특해 한번 맛 보면 잊지 못해 비싸도 또 찾게 된다고 한다.

 

베트남에는 족제비똥커피(위즐 커피)가 있다.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제2의 커피 생산국이자 아시아에서는 최대 생산지인 커피 대국이다. 이 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위즐 커피, 족제비 똥 커피란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커피 열매를 당일 오전에 채집해 족제비에게 먹이로 주는데 커피 열매의 과육 부분은 소화가 되고 소화되지 않은 커피콩은 배설물로 나온다. 장시간 따뜻한 위 속에서 자연 발효돼 커피의 쓴맛은 줄어들고 특유의 향은 배가 된다. 이 배설물을 여러 번 세척하여 180일간 말려 로스팅하면 그 어떤 커피와도 필적될 수 없는 커피가 탄생된다. 가격 또한 1kg에 100만원에 거래되는 명품커피다.

 

다양한 커피가 있고 취향껏 선택해서 마시는 것은 자유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 모든 똥커피가 동물들이 잘 익은 커피 열매만 따 먹어서 그들의 똥으로 나온 생두가 맛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인데, 희소성으로 인해 인기가 많아지자 결국 동물들을 철창에 가둔 채로 억지로 커피를 먹이고, 환경 자체가 지저분하고 관리를 안 하니 동물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와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과연 이렇게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서 먹고 배설한 커피가 사람에게 건강과 행복을 전해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더 좋은 환경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최은희 (작가, 바리스타 <카페 가기 좋은 날>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