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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의 ESG 칼럼] 새망금의 바닷물, 흘러야 한다

“새망금! 해수를 유통시켜라!”

 

내 고향 위도 섬사람들이 이렇게 외친 지 오래다. 위도인에겐 ‘새만금’이 ‘새망금’이다. 이 사업 때문에 위도는 문전옥해(門前沃海)인 칠산바다 황금어장을 잃었다. 해서 새만금사업은 칠산바다를 죽인 ‘망할 놈의 사업’이다. 그러니 ‘새만금’이 아니라 ‘새망금’일 수밖에.

 

‘날아라 앙가발이 새萬金’.

동향인 부안군 하서면 청호리 출신 언론인 고재홍 씨가 2015년 펴낸 칼럼집이다. 이 책 서문의 일부다.

 

‘어릴 적, 고향 변산반도 계화도 간척사업을 지켜봤고, 지금은 새만금사업이 사반세기(25년)째 공사만 진행됩니다. 한 해 예산이 6천억 원 안팎으로 들어도 한강투석이 아니라 서해투석입니다.…

 

만금을 가져다주거나 화수분이기는커녕 새만년(萬年) 매립사업으로 해마다 조만금(兆萬金)을 언제까지 쏟아부어야 공사가 끝날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농발게.

새망금사업 초기, 부안 사람들이 주축이 된 환경단체가 있었다. 집게발이 큼직한 갯벌의 게를 이름으로 삼은 이 단체는 “새만금 물막이 공사를 멈춰라!”, “생명의 물꼬를 터라”고 외쳤다.

몇 년 전 이승을 떠난 이강길 감독은 독립영화 ‘살기 위하여’를 유작으로 남겼다. 평생을 갯벌에 의지해 살아 온 계화도 어민들을 다룬 영화다.

‘사람도, 조개도, 갯벌도 모두 생명’이라고 믿고 살았던 계화도 아낙들은 동진강, 만경강의 똥구멍까지 틀어막은 세계 최대 규모의 간척사업인 새망금 물막이 공사 와중에 살기 위하여 갯벌로 나갔다. 새만금 반대 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먹고 살려고 백합을 캐러 갯벌에 가갔다. 밀려든 바닷물에 갇혀 목숨을 잃은 아낙도 있었다.

 

새망금.

누가 살기 위한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인가.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의 살기 위함이었나, 전북 정치꾼들의 살기 위함이었나. 아니면 자본가와 토건족들의 살기 위함이었나.

 

백년하청(百年河淸). ‘중국 황하강의 물이 맑아지기를 무작정 기다린다’는 뜻이다. 백년투석을 한들 새망금을 메꿀 수 있을까. 내 고향 부안의 변산을 깎아, 전주의 모악산, 정읍의 내장산, 고창의 선운산을 깎아 서해투석을 한다해도 새망금을 쉬 메우기 힘들 것이다.

칠산바다를 죽인 망할 놈의 간척사업, 앙가발이 새망금사업, 그 성공의 첫걸음은 강물도 흐르고, 바닷물도 흐르게 하는 해수유통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서주원

G.ECONOMY ESG전문기자

前 KBS 방송작가

소설가

ESG생활연구소 상임고문

월간 ‘메타ESG저널’ 발행인

노무현리더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