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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옥 칼럼] 그때 웃지만 않았어도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실수 두 가지가 1. 보내야 할 사람을 잡은 것 2. 잡아야 할 사람을 놓친 것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는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에 느끼는 것이라 누구든 하나라도 해당이 된다고 한다.

 

나는 어디에 해당이 될까? 문득 지난 일들이 생각난다. 대학 시절 가장 친한 친구 영희가 찾아와 히죽거리며 자꾸 웃었다. ‘얘가 왜 이리 히죽거리지?’하고 다시 보니 듬성듬성하던 이가 가지런하게 변해 있었다.

 

“영희야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응, 나 아르바이트한 것 모아서 보철이란 걸 했다.”

 

“보철이 뭔데?”

 

“그건 본래의 자기 이를 작게 간 후 만들어진 이를 겉에 씌우는 거야”

 

이 사이가 심하게 벌어져 있었던 영희의 이는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평소 앞니가 벌어져 입을 가리고 웃던 내게는 부러움 그 자체였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들고 나는 바로 치과를 찾았다. 잠시 상담을 거친 후 나는 망설임 없이 튼튼하고 멀쩡한 이를 겨우 남겨둘 정도로 갈고 틀이 완성될 때까지 임시로 만든 이를 끼우고 있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지금보다 기술이 덜했던 시절이라 그런지 임시로 열흘간 끼고 있어야 하는 앞니 네 개가 그야말로 황금빛이었다. 샛노랑이라는 표현이 맞으려나? 열흘 후 나올 이를 상상하며 불편하지만 참기로 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대학 4학년이던 나에게 선이 들어 온 것이다. 그것도 평소 그리던 이상형 남자에게. 주선하던 후배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열흘 후에 보면 안 되겠니?”

 

“무슨 소리야 워낙 멋진 사람이라 소개해달라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 더군다나 담주에 해외출장을 가야 해서 이번 아니면 다시 기회가 안 올 거야.”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승낙하고 약속 장소를 사전 점검했다. ‘가장 어두운 데 앉으면 잘 안 보일 테지?’ 드디어 약속 당일 나는 미리 가서 가장 어두운 위치에 앉았다. 잠시 후 들어온 훤칠한 키의 그 남자는 정말 평소 그리던 이상형이었다. 서로 차를 마시고 일이 있다며 내가 먼저 말하고 다음 약속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상대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지하철로 향했다. 표를 끊으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인옥 씨’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누구지?’ 하는 순간 뒤를 돌아보며 활짝 웃다 보니 바로 그 남자였다. 웃다가 아차 싶어 입을 가리고 나니 이미 황금의 누런 이가 상대의 눈에 들어간 후였다.

 

누렇다 누렇다 그렇게 누럴 수가 있을까? 아마도 20년 양치질을 안 해도 그것보다는 하얗을 것이다. 이제나저제나 연락을 기다려도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때 웃지만 않았어도... 살면서 남편과의 사이가 안 좋을 때마다 생각나는 그 남자. 만약 그 사람과 잘 됐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았을까? 그 사람은 가정적일까? 아내를 위해주는 사람이었을까? 자상한 아빠일까? 이런저런 상상을 펼치다가 스스로 위로를 한다. 누구랑 살아도 마찬가지였겠지? 결혼하고 나면 다 마찬가지일테니까.

 

첫사랑이 잘살면 배가 아프고 못살면 가슴 아프고 같이 살자고 하면 머리 아프다. 사람 사는 건 다 오십보백보 거기서 거기겠지? 거울을 보며 웃어보니 그래도 그때 이를 가지런히 예쁘게 한 건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물론 애 아빠도 내겐 인연이었을 테고.

 

박인옥

(사) 한국교육협회 원장

경영학박사

여성유머 강사1호

공무원연금공단 여가설계 강사

기업, 단체 등 4,200여 회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