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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석의 한의학 칼럼] 통증, 잘못된 자세가 원인일까?

한의원에 찾아오는 환자 중에는 내가 묻기도 전에 지레 스스로를 탓하는 분들이 있다. 주로 “제가 평소에 자세가 안 좋아서요…….”라고 말하며 목이나 허리 통증의 원인을 자세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자녀를 데리고 오는 부모님들은 아이가 들으라는 듯 이렇게 이야기한다.

 

“원장님, 얘는 아무리 말해도 자세를 안 고쳐요. 이렇게 등이 구부정한데도 말이에요.”

 

아이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기를 바라시는 눈치지만 내 대답은 늘 같다.

 

“자세를 바르게 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그러면 대부분 “그래요?” 하면서 금시초문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물론 오랫동안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척추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의학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걸을 때나 서 있을 때, 앉을 때나 누워 있을 때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척추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바른 자세’를 불편하게 느낀다. 지금 의자에 앉아 있다면 당장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등받이에 등을 바짝 붙여보자. 대개는 편하지 않을뿐더러 얼마 안 있어 원래 취하고 있던 자세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처음 나를 찾아온 환자들에게 자세를 똑바로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미 척추가 틀어져 뼈가 본래 모양을 잃은 상태에서는 자세를 바르게 해도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척추가 ‘ㄱ’ 모양이면 몸은 자연히 그 모양을 따르게 된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몸을 90도로 굽힌 채 땅만 보고 다니는 꼬부랑 할머니가 불편해 보여도 그 할머니에게는 그것이 가장 편한 자세다. 그런 분에게 육사 생도처럼 꼿꼿하게 허리를 펴라고 할 수는 없다. 불편하기도 하거니와 가능하지도 않다. 반대로 육사 생도에게 할머니처럼 허리를 구부린 채 걸어 다니라고 한다면 고문이 따로 없을 것이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자세를 바꾸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좋은 자세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우선순위가 틀렸다. ‘이런 통증에는 저런 자세가 좋다’는 식의 정보가 수도 없이 나돌지만,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은 자세가 아니라 뼈다. 환자에게 자세를 똑바로 하라고 이야기하는 대신 그게 가능하게끔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짐승들은 모두 네 발로 걷는다. 4개의 다리가 몸통의 무게를 지탱하고, 척추는 몸의 가장 윗부분에 위치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은 채 중심을 잡는다.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 데다가 다리 관절도 두 발로 걷는 인간에 비해 튼튼할 수밖에 없다. 체중을 2가 아닌 4로 나눌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를 넘어, 각 관절이 받는 부하가 훨씬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힘을 비축할 수 있는 까닭이다.

 

쉽게 말해 척추란 짐승에게 대들보인 반해 인간에게는 기둥이다. 애초에 대들보로 만들어진 것인데 인류가 허리를 곧추세우고 걷는 순간부터 기둥으로 용도 변경이 된 셈이다. 네 다리로 살아야 하는 구조의 몸이건만 두 다리로만 살다보니 자연히 이상이 생긴다. 같은 원리로, 만일 갑자기 한쪽 다리만 사용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은 한 시간도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무릎이나 발목, 고관절에 문제가 생기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뼈가 상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간의 숙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다리가 2개인 덕분에 몸의 균형을 잡고 아래로 향하는 무게를 분산시켜 한평생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수명이 긴 거북이가 단지 늙었다는 이유로 다리를 못 쓰게 되지는 않는 것처럼 인간도 네 다리를 사용한다면 관절염이나 척추염 없이 더 오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유홍석

경희대학교 한의대학, 동대학원 졸

본케어한의원 원장

구조의학연구회 회장

‘기적의 골타 요법’ 저서 출간

‘나는 몸신이다’, ‘엄지의 제왕’, ‘살림 9단 만물상’ 등 TV 방송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