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대한민국에 파크골프 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파크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전국 지자체마다 앞다퉈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다. 지방선거와 총선 출마자 열에 여덟은 파크골프장 신설 증설을 공약한다. 파크골프장이 주민 건강증진은 물론 관광 인프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파크골프장 조성을 둘러싼 지역주민 간의 찬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파크골프의 이슈&이슈를 살펴본다.
국내 파크골프 인구는 작년 12월 현재 대한파크골프협회 가입 회원만 15만 명에 이른다. 비회원까지 합하면 50만 명이 넘을 거란 추정도 있다. 인구는 폭증하는데 파크골프장은 턱없이 모자란다. 현재 전국의 구장은 400여 개에 달하지만, 수요에 맞추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구장을 지어달라는 아우성에 파크골프장 증설과 신설은 단체장과 국회의원 출마자들의 단골 공약이 되었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구장을 새로 조성하거나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충청남도는 내년 오픈을 목표로 청양에 108홀 규모의 구장을 짓고 있다.
지자체가 구장을 만드는 건 주민 요구도 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관련 단체가 협회에 구장 공인인증을 받고 전국 대회를 새로 만들거나 유명 대회 유치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 3월 열린 ‘제1회 대통령기 전국 파크골프 대회’ 유치에도 두 곳의 지자체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전국 대회는 해마다 늘고 있다. 주효한 관광 인프라로 인식하면서 출전 선수들의 체류 기간을 늘리기 위해 대회 기간이 길어지고 상금도 높아지는 추세다. 하루였던 대회 기간이 이틀로 길어지고, 예선전 기간을 따로 두기도 한다.
대회 상금도 치솟고 있다. 강원 화천군의 문형식(60세) 선수는 2023년 시즌에서 단 5개 대회에 출전해 4,170만 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전국구 스타인 문형식 선수는 부인 박복희 씨와 화천 ‘전국 부부 파크골프 대회’에서 2022년과 202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문형식 선수가 출전한 대회는 모두 화천군 산천어파크골프장에서 열린 대회다. 화천군은 매년 산천어파크골프장에서 메이저급 파크골프 대회 4개를 개최한다. 시즌 오픈 전국 파크골프 대회, 전국 부부 파크골프 대회, 화천 산천어 전국 파크골프 페스티벌, 전국 파크골프 왕중왕전이다.
화천군 명실상부 파크골프 중심도시로 자리매김
세계적인 ‘산천어축제’ 뛰어넘는 경제효과에 반색
구장 신설에 대회 상금 늘리고 첫 실업팀 창단
화천군은 단연 파크골프 중심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4대 축제로 자리매김한 ‘산천어축제’에 버금하는 경제효과가 파크골프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산천어축제는 기간이 한정적이지만 산천어파크골프장에는 휴장 기간 외에는 사시사철 동호인들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대회 우승상금의 주인공이 되려면 구장환경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도 있다. 화천군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외지인의 군내 파크골프 방문 인구는 50만여 명에 달한다.
화천군은 산천어파크골프장에 이어 사내면에도 파크골프장을 짓는다. 사내파크골프장은 18홀 규모로 올 하반기 개장 예정이다. 사내 파크골프장이 문을 열면 화천지역 내 파크골프장은 총 4곳 72홀로 늘어난다. 화천군은 2018년 하남면 용암리에 화천 파크골프장(18홀)을 조성한 데 이어 2021년과 2022년에는 하남면 거례리에 산천어 1구장(18홀), 2구장(18홀)을 조성했다. 3곳 모두 대한파크골프협회로부터 공인인증을 받았고, 산천어 제1구장은 야간 조명까지 갖췄다.
화천군은 내친김에 지자체 최초로 실업팀 창단을 앞두고 있다. 다음 달까지 남녀 3명씩 모두 6명을 계약직으로 선발해 문화체육과 직장경기운동부에 배치한다. 계약 기간은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2년간이고, 매월 220만 원의 훈련지원금이 지급된다. 화천군 파크골프 실업팀 선발전은 전국에서 대거 동호인들이 몰리면서 96.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남자부 353명과 여자부 224명 등 모두 577명이 도전에 나섰다.
선발전은 땅끝 전남과 바다 건너 제주도 등 전국의 17개 시도에서 골고루 참가하면서 일류대학 입학이나 대기업 입사만큼이나 치열했다. 전국 대회 우승을 휩쓴 내로라하는 실력을 갖춘 고수들은 대거 참가했다. 연령대도 25세의 최연소부터 82세의 최고령까지 다양했다. 최고령의 춘천 윤재원 도전자는 “교육장으로 퇴직하고 건강을 찾기 위해 파크골프 시작해 이젠 실업팀 선발전에 도전할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라며 노익장의 기염을 토했다. 선발전에는 지난해 상금 랭킹 1위 화천군 문형식, 박복희 씨 부부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화천군 실업팀 선수 선발전은 3차례의 랭킹전과 면접으로 진행한다. 이를 통해 6월 중순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파크골프가 산천어축제와 함께 지역 발전의 쌍두마차로 자리 잡았다. 실업팀 창단을 계기로 관련 산업이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화천군은 이러한 파크골프의 경제효과에 힘입어 2,000가구 규모의 임대아파트도 지을 계획이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장기간 파크골프를 즐기려는 동호인들의 ‘한달살이’나 ‘두 달 살이’를 위한 주택이다. 파크골프가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최종적으로 지역소멸의 대안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영전전문대학교 파크골프경영학과 전국구 인기
수도권‧강원‧전남 등 각지 거주 학생 240명 재학
교육지도자‧경기기록사‧1급 자격증 취득 가능
파크골프 인기가 치솟으면서 관련 인프라와 산업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대구 영진전문대학교에 국내 최초로 파크골프경영학과가 개설됐다. 이 학과에는 청년부터 장년까지 세대를 아울러 파크골프 이론과 실기를 배운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전국구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22년 첫 신입생 32명으로 출발한 이 학과는 현재 재학생 240명이 공부하고 있다. 전국구 인기 학과답게 올해 신입생은 서울과 인천, 경기 수도권과 함께 강원도와 부산, 경남, 전남 등 전국에서 몰렸다. 입학생들의 연령대는 22년과 23년에는 고연령대가 특징이었는데, 올해는 30, 40대가 눈에 띄게 늘었다. 파크골프가 3세대 스포츠임을 입증하는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영진전문대는 타지 학과생들을 위해 기숙자도 제공하고 있다. 서울에서 온 박인서(57세) 학생은 “파크골프 학과가 한국 최초로 영진전문대에 개설됐다는 희소식을 접하고 전문적으로 교육받고 싶어서 입학했다”라며, “학교라는 공간에는 각자의 사회적인 역할을 내려놓고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동기들과 세심하게 배려해 주시는 교수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장거리 통학생의 사연도 화제다. 강원도 철원에서 간호사로 근무 중인 유정실(58세) 학생은 매주 토요일 새벽 5시에 출발해 왕복 8시간이 걸리는 운전으로 등하교를 반복하고 있다. 그녀는 등하교의 어려움과 졸업 후의 계획에 대해 “학우들을 만나는 설렘과 파크골프를 치며 배운다는 기쁨에 등하교 거리는 내게 걸림돌이 될 수 없다”라면서 “파크골프 지도사 자격증과 심판자격증을 취득하고, 장애인스포츠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해 장애인들에게 파크골프를 접할 기회를 제공할 포부에 학업이 즐겁다”라고 밝혔다.
경남 통영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스크린파크골프장 및 교육 사업으로 업종 전환을 고려 중인 이형노(64) 학생도 올해 파크골프경영과 새내기다. 그는 “어린이집을 운영했으나 아이들이 없어 지금은 파크골프 전문 실내스크린연습장 및 전문매장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늦은 감은 있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기는 젊은 학우들보다 뜨거운 것 같다. 매주 토요일만 기다려지는 건 배움의 즐거움 때문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진전문대 파크골프경영과 재학생은 파크골프교육지도사, 파크골프경기 기록사, 파크골프협회 1급 자격증 등을 취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파크골프 산업에서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조진석 파크골프경영과 학과장은 “파크골프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또 학생들과 기업체 간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인재를 배출해 파크골프 산업이 발전하는 데 기여하도록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마다 어린이와 어르신을 위한 아카데미도 속속 개설되어 연중 운영한다. 동국대학교에는 올해 파크골프 최고위 과정이 개설되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이금용 회장)와 대한파크골프연맹(천성희 회장) 등 단체에서도 지도자 양성을 중심으로 아카데미를 꾸리고 있다.
파크골프장 조성 둘러싼 찬반 갈등 벌어져
상수원 보호‧환경보전‧독점적 사용 문제 삼아
환경청, 미허가 구장에 철거 원상복구 명령
세상 모든 일이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기 마련이듯 파크골프장을 둘러싼 갈등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파크골프장을 주로 공원 부지와 둔치 등에 조성하는 탓에 생태 환경 파괴, 홍수 피해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만만찮다. 사용 허가를 받지 않은 구장에 원상복구 명령이 떨어지기도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파크골프장 조성을 놓고 주민 간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주민 다수가 이용하는 공원, 천변 등에 상대적으로 소수가 즐기는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출입을 제한해서는 안 되다는 논리이다.
지난해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낙동강변인 구미·동락·양포·선산·도개·해평·옥성 등 7곳에 설치한 파크골프장을 철거하라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경북 구미시가 낙동강변에 잇따라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강변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지 않은 게 이유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과 낙동강 2개 국가하천에 조성한 파크골프장 88곳 중 56곳인 64%가 불법으로 조성됐다.
파크골프장이 들어서는 하천변은 습지와 연결돼 자연환경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반대론자들은 농약 등 화학물질의 유입 가능성이 크고 생태 교란 등 각종 환경 문제가 발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10월 광주시 북구 연제동 영산강 하천 부지에 27홀 크기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자 환경단체들이 수질오염, 생태 환경 파괴, 홍수 시 침수 피해 등을 이유로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 18홀 규모로 축소하기도 했다.
파크골프장 고무줄 사업비도 시비를 낳고 있다. 경남 양산시의 동부양산 파크골프장 조성 사업비가 애초 50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줄었으나, 최근 국유지 보상과 공사비를 들어 28억 5,000만 원으로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나동연 양산시장의 공약인 동부양산 파크골프장 사업은 웅상면 일원에 사업비 50억 원을 들여 2025년까지 36홀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었다. 시는 지난 2022년 7월 타당성 용역에 착수했다. 시는 36홀 규모를 수용할 평지를 갖춘 파크골프장 부지를 찾았지만 여의하지 않았다. 용역 결과 압축된 후보지들도 대체로 경사가 심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며 부지 매입비가 많이 드는 등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논란 끝에 양산시 덕계동 223-2 일대 부지로 최종 결정됐다. 도심지 근처여서 접근성이 좋은 데다 부지 대부분이 국공유지여서 보상 절차 등이 생략돼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토지 형태를 고려해 36홀이 아닌 18홀로 계획을 축소했다. 사업비도 50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대폭 줄였다. 사업 기간도 1년 단축해 올해까지 공사를 마치기로 했다.
하지만 양산시는 실시설계용역을 진행하면서 사업비로 도비 9억 원, 시비 19억 원 등 모두 28억 5,000만 원을 예산에 편성했다. 이는 애초 계획했던 15억 원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다. 시는 상하수도 관로, 우수관로 등 추가적인 공사와 BF인증을 위해 공사비가 더 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에 국유지 보상이 추가되면서 사업비가 8억 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파크골프장 조성 둘러싼 갈등 지혜롭게 풀어야
찬반 입장 듣고 조율하는 주민간담회‧공정회 필요
동작구, 찬반 모두 만족하는 대안 제시에 주력
세상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과 행정은 없다. 찬성과 반대를 모두 아우르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단체장이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찬성 입장과 반대하는 이유에 귀 기울여 양쪽이 만족할 만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지자체마다 구장 조성을 놓고 뒷말이 나고 찬반으로 여론이 나뉘는 상황에서 동작구의 해결 방안은 좋은 사례로 꼽힌다.
서울 동작구는 반포천과 대방공원 일원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계획했다. 이를 두고 주민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일자 구는 대방공원 내 파크골프장 조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공청회 등 주민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구는 대방공원 파크골프장 구축과 관련해 4월 23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주민설명회 결과 반대 의견이 도출돼 구는 2차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도 추진했다.
구는 다양한 묘안을 짜고 있다. 공원 내 시설을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트랙은 그대로 보존하고 파크골프장 주변으로는 탈부착이 가능한 장벽을 설치해 파크골프 운영시간 외에는 기존처럼 잔디광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파크골프장은 공원 이용률이 낮은 평일 시간대에 운영하고 평일 아침과 저녁, 주말에는 휴식과 산책 등을 원하는 구민을 위해 기존처럼 개방할 방침이다. 경기장 내 관리인을 둬 소음을 예방하고, 일반 골프장과 달리 환경 훼손을 피할 계획이다. 이 밖에 주차장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예약제로 운영해 주차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파크골프장 조성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며 “구민이 건강한 여가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