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안은하 파크골프 PT 전문 트레이너는 뮤지션이었다. 피아노와 플루트 연주에 합창과 지휘, 작곡도 하는 다재다능한 음악 프리랜서였다. 지금도 음악을 가르치고 있지만, ‘였다’라는 과거 시제를 쓰는 건 그만큼 일의 중심이 파크골프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들이는 시간과 수입 모두 파크골프가 9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파크골프 레슨을 시작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본업과 부업이 뒤바뀐 셈이다. 안 강사가 움직이는 곳마다 수입은 파생적으로 발생한다. 파크골프로 화려한 인생 2막을 누리는 안은하 파크골프 ‘일타강사’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한다.
안은하 강사를 만난 곳은 서울 노원구 상계구민체육센터 인근 카페였다. 구민센터에서 막 파크골프 강의를 마쳐서인지 카페를 들어서는 수강생들과 연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안 강사를 향해 엄지척하는 이들은 한눈에도 살가운 관계임을 짐작하게 했다. 강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안 강사에게 다짜고짜 수강인원은 다 찼는지, 수입은 얼마인지 직구를 던졌다. 안 강사는 찰나의 머뭇거림도 없이 속사포로 받아졌다.
“노원 상계센터 강좌는 8월에 개강했고 인원이 40명인데 등록 첫날 마감됩니다. 매주 목요일 두 시간씩 강좌고, 월이용료는 4만 4,000원입니다. 교육과정은 기본자세, 그립잡기, 티샷과 퍼팅, 스윙 등이고, 남양주 진접역 스크린골프장에서 총정리합니다. 매출은 4만 4,000원*40명=176만 원이고, 이 중 70%인 123만 2,000원이 강사 몫입니다. 배분은 지자체마다 다르고, 65세 이상과 장애인은 할인됩니다. 지자체 체육센터 강의는 중랑구 시설관리공단 등에서도 하고, 대학에서 자격증 취득 지도자 양성 과정, (사)대한파크골프연맹 지도자과정, 공모사업, 개인강습, 백화점 VIP 특강 등이 있습니다.”
안은하 강사가 파크골프와 만난 건 서울시 공무원이던 남편 황호경 씨가 정년퇴직을 앞둔 2021년 말이었다.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하는 남편은 뭐가 좋겠냐 물었고, 아내는 “당신이 뭘 잘하는지, 좋아하는 게 뭔지에 집중하라”고 대답했다. 싱글골퍼인 남편과 함께 포털 검색창에 ‘골프 일자리’란 키워드로 검색하니 가장 많은 게 골프 강사였다. 커서를 더 아래로 내리니 인기글에 ‘신중년 파크골프 자격증 취득 일자리 창출 연계’란 생소한 내용의 블로그가 떴다. 시큰둥한 남편을 뒤로 물리고 아내는 PC에 바짝 앉아 관련 정보를 읽어 나갔다. 자격증 취득 후 핫하게 뜨는 직업, 취미가 직업이 되는 파크골프 강사 등의 연관 정보가 넘쳐났다. 아내는 무릎을 쳤다. 파크골프는 그렇게 그녀에게 예기치 않게 단숨에 왔다.
“그날 밤새다시피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다음날 바로 관련 강좌에 등록했어요. 베이비부머가 줄줄이 은퇴하는 고령화시대에 이보다 좋은 생활스포츠가 어디 있겠어요.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처럼 이거다 싶었어요. 제가 선택이 빨라요. 잘못된 선택보다 늦은 선택이 결과적으로 더 나쁘다는 말이 있잖아요. 파크골프장에 나가 직접 쳐봤더니 세상에 그리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틈만 나면, 아니 틈을 만들어 부지런히 구장을 찾았어요. 실력도 쑥쑥 늘어 어느새 제가 라운드를 함께하는 동호인들을 가르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내친김에 지도자 자격증도 따보자 마음먹게 됐죠. 제가 30년 가깝게 악기 강사를 해온 터라 가르치는 건 자신있었거든요. 외람되지만, 제가 막상 지도자 강의를 받아보니 제가 하면 더 잘 가르치겠더라고요.”
안 강사는 파크골프 입문 1년 만인 2022년에 대한파크골프연맹에서 2급 지도자와 2급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씩씩하게 바로 레슨 일을 찾아 나섰으나 초짜 강사인 그녀에겐 언감생심이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차별화된 준비에 착수했다. 음악 레슨의 노하우를 살려 이론과 실기 교안을 꼼꼼하게 작성했다. ‘안은하 표 매뉴얼’을 장착한 그녀는 ‘친절‧배려‧맞춤’이란 3대 레슨 방향도 설정했다. 준비를 마친 그녀는 매일매일 구장으로 달려갔다.
“어려울수록 답은 현장에 있더라고요. 즐겨 찾는 구장의 입문자들로부터 먼저 제안이 왔습니다. 라운드 요령은 물론 구장 환경, 매너 등 모든 게 어설프고 낯선 입문자들에게 친절하게 배려하며 수준에 맞는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니 정식 강의 제안으로 이어지더군요. 건강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지만, 재미가 없어 꾸준하게 못 한다는 지인들도 입문시켰습니다. 파크골프 전도사가 된 것이지요. SNS 홍보 효과도 상당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에 강의 경험을 일기처럼 올리니 반응이 오더군요. 입문자들 사이에서 ‘안 프로가 일타강사’란 입소문이 퍼졌고, 1년쯤 지나니 새로운 기회가 열렸습니다.”
안 프로는 작년부터 여기저기서 일복이 터졌다. 그녀가 준비한 수준 높은 제안서와 강의 실력에 대한 평가 덕분이다. 지자체의 체육시설에서 운영하는 주민체육프로그램의 강사 섭외 일순위로 떠올랐다. 강원대와 동원대, 전북대에서 아카데미와 지도자과정, 대한파크골프연맹이 진행하는 파크골프 2급 지도자과정도 맡고 있다. 자격 취득 1년 만에 선생님의 선생님이 된 것이다. 강사가 된 경험담을 녹여 개인 강사 코칭 수업도 열었다. 안 프로의 성공 비결로 빼놓을 수 없는 게 협업과 나눔이다. 안 프로는 강사로서는 드물게 전용이나 다름없는 구장을 확보해 실기수업을 진행하고, 팀을 구성해 강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저는 서울의 강북권과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권에 실기강습을 할 수 있는 파크골프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레슨에서 실기강습장 확보는 매우 중요한데, 특히 서울은 구장이 절대 부족해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해당 구장에서 실기수업은 물론 시험도 봅니다. 지도자 자격증의 경우 수업을 받은 구장에서 시험을 보면 훨씬 플레이가 안정적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구장에 연간 후원을 하고, 기관의 일자리 창출 및 공모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협업과 나눔이 중요하지 싶습니다.”
안 프로는 3~4명과 함께 팀을 꾸려 움직인다. 수강생이 40명을 넘어가면 강사 한 명으로는 수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버거울 수밖에 없다. 주목할 것은, 안 프로팀은 수입을 똑같이 나눈다는 거다. 협업과 나눔을 실천하는 리더십이다. 마지막으로 파크골프 일타강사가 되는 꿀팁을 요청했다.
“작은 일도 소중하게 받아야 해요. 1시간 강의료가 적다고, 수강생 나이가 너무 많다고, 한 달 단타 수업이라고, 보조강사라는 등의 이유를 달아 마다하거나 소홀하면 더 큰 기회마저 놓치게 됩니다. 이유 불문하고 10가지만 부딪쳐보면 여러 가지 가지치기 일들이 생깁니다. 내 이익보다는 상대방이 만족하는 기쁨을 나누는 수업을 진행하면 수입을 절로 따라붙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생활고 해결을 위해서는 하지 마세요. 즐거워야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