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목이랑 어깨가 너무 심하게 뭉쳐서 건드리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가 이런 말을 했다. 그녀는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였다. 고개를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팔을 조금만 많이 쓰면 목에 통증을 느끼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다. 8년 동안 쉴 틈 없이 육아와 집안일에 매달리다 보니 치료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안 되겠다 싶어 뭐라도 해보려고 마사지숍에 갔더니 손대기 어려운 상태라는 대답을 들었다.
통증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마시지숍을 많이 찾는다. 아프면 치료받아야 하거늘 병원 문턱을 넘는 일이 아무래도 쉽지 않은가 보다. 한의원을 찾기 전 마시지숍부터 들러보았다는 환자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사지를 받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마사지의 효과를 간과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마사지로는 통증의 원인을 없앨 수 없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마사지는 손이나 발, 그 외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굳은 근육을 누르고 문지르는 행위다. 도인안교(導引按蹻)라 하여 밀고, 당기고, 누르고, 골격을 맞추어 기를 순환시키는 원리인 한방 물리치료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근육이 딱딱하면 곁을 지나는 신경과 혈관이 눌려 그 부위가 저리거나 아프다. 따라서 마사지로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면 신경과 혈관이 덜 눌리게 되면서 통증도 줄어든다. 문제는 이 상태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개 틀어진 뼈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근육 강화가 통증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한 바와 같이, 모든 근육은 뼈에 붙은 채로 힘을 쓴다.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 과정은 척추를 비롯한 뼈의 틀어짐을 막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 뼈가 변형되지 않도록 오랜 시간 힘을 주다보니 ‘근육 강직’으로 이어진 것이다. 즉, 뼈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상 근육은 계속 뼈의 변형을 막기 위해 애써야 한다. 부드럽게 풀어줘도 다시금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근육을 자주 풀어주면 오히려 뼈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근육이 부드러워져 이전처럼 힘 있게 뼈를 지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근육이 버텨주지 못하니 뼈는 더욱 빨리, 심하게 틀어져 버린다. 특히 나이 든 사람에게 이런 현상이 잦다. 젊은 사람들은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자주 힘을 쓰기 때문에 근육이 금방 단단해지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척추 주변의 근육을 만질 때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팔다리의 근육은 풀어주고 이완시켜도 괜찮다. 물론 팔과 다리의 통증이 척추의 변형에서 온 것이라면 마사지로 원인을 치료할 수는 없다. 그래도 뼈 건 강이 악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척추 주변 근육은 다르다. 뼈를 치료하지 않고 근육만 풀어주었다간 풀어진 근육으로 인해 척추 변형이 심해진다.
나는 환자의 척추를 우선 교정하고, 그런 다음에 경직된 근육에 침을 놓는다. 근육 강직으로 생겨난 어혈은 부항으로 치료한다. 가장 먼 저 뼈를 치료한 뒤에 근육을 풀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뼈가 제대로 자리 잡았으니, 근육이 힘을 쓸 필요가 없다. 자연히 금방 굳지도 않는다.
통증에는 이처럼 단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근육이 강직된 원인부터 해결해야지 결과만 없애려고 하다가는 결국 ‘돌아서면 또 아픈’ 만성통증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마사지는 심신의 안정이나 기분전환 정도의 목적으로 받는 것이 좋겠다.
유홍석
경희대학교 한의대학, 동대학원 졸
본케어한의원 원장
구조의학연구회 회장
‘기적의 골타 요법’ 저서 출간
‘나는 몸신이다’, ‘엄지의 제왕’, ‘살림 9단 만물상’ 등 TV 방송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