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철수 기자 | “금슬이 곧 실력이고, 고로 성적이다.”
강원 문형식, 박복희 선수는 대한민국 파크골프 계가 다 아는 전국 최강 부부이다. 전국대회가 늘어나고 우승상금이 뛰면서 전국구 실력파들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우승 횟수가 잦은 선수들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도 커지는 터라 본지는 이달에 ‘파크골프 고수 열전’ 아이템을 기획했다. 편집국 회의에서 문형식, 박복희 선수는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아 첫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그만큼 이 부부는 실력도 성적도 압도적이어서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문형식 선수에게 미리 연락을 넣고 인터뷰 날짜와 장소를 잡았다. 국내 최고액인 3,0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화천 산천어 파크골프 페스티벌’ 결승전이 벌어진 9월 6일 산천어파크골프장이었다. 파크골퍼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은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여자부 MVP)에 박복희 선수가 올랐고, 인터뷰가 어그러진 건 당연했다. 작년 대회 남자부 MVP였던 문형식 선수는 아내 박복희 선수에게 샴페인 세례를 퍼부으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들 부부에게는 작년 대회에서 문 선수가 우승한 순간과 박 선수가 MVP를 차지한 이날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겠거니 생각하다 아차 싶었다. 이들 부부의 우승은 한 손가락으론 셀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단체전에서 부창부수의 성적에 개인전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화려한 우승 경력을 자랑한다. 굳이 가르마를 타자면, 남편인 문 선수가 작년까지는 앞서나가더니 올해는 박수를 치는 시간이 많아진 상황이다.
문 선수가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2022년이다. 첫 전국대회 우승상품으로 유럽여행권을 받았다. 작년에는 산천어 파크골프 페스티벌 MVP를 비롯해 소양강배 우승컵 등을 들어 올리며 최고의 해를 맞았다. 2023년 시즌에서 단 5개 대회에 출전해 4,170만 원의 상금을 챙기며 남자 랭킹 1위를 질주했다. 공교롭게 그가 작년에 출전한 대회는 모두 화천군 산천어 파크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였다. 문 선수를 올해 양양 르네상스배에서 우승하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내 박복희 선수는 올해 산천어 페스티벌 우승으로 단박에 부부 간의 경쟁에서 전세를 역전시킬 기세다. 박 선수도 남편과 함께 22년과 23년 화천 부부대회에서 연속을 차지하면서 실력을 입증했다. 그들에게 가장 좋았던 우승 순간을 물었더니 이구동성의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한 팀으로 혼성단체에 출전해 우승하는 게 가장 기쁩니다. 2년 연속 화천 부부대회에서 우승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는데, 상금보다는 우리 부부가 합심하여 우승했다는 게 정말 짜릿했습니다. 아 이것이 정령 천생연분이구나 싶었으니까요. (웃음) 언제나 함께 연습하고 곁에서 힘이 되어 줘 늘 서로 고맙다고 고백하며 삽니다.”
이들 부부는 9월 20일, 21일 화천 산천어구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파크골프대회’의 혼성단체전 일반부 우승을 또 해냈다. 부부불패, 산천어구장 불패 신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갑자기 대한민국 파크골프 전국 최강 부부들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훈련하는지가 궁금해졌다. 문 선수가 선선히 대답했다.
“파크골프장은 접근성이 좋잖아요. 골프처럼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고요. 자주 가는 구장이 우리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입니다. 훈련은 7~9월에는 주로 아침과 저녁에 합니다. 덥기도 하지만, 저는 일이 있어서 훈련에만 몰두할 수는 없습니다. 아내는 하루 종일 칩니다. 요즘은 너무 더워 한낮은 피하는데, 더위가 가시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칩니다. 아침밥 먹고 제가 구장에 태워다주면 아내는 저녁에 제가 다시 태우러 올 때까지 파크골프만 칩니다. 좌우지간 아내는 시도 때도 없이 칩니다. 그렇게 연습량이 많으니 좋은 성적을 거두지 싶습니다. 가을에는 구미대회와 고령대가야배 대회 출전 신청을 해 놓았습니다. 더욱 훈련에 집중해야지요.”
인터뷰 내내 이들은 달달한 부부애를 과시했다. 남편이 수행기사를 자처하는 대신 아내가 가사노동을 더 하는데, 이번에 MVP를 아내가 받아 남편이 세탁기 돌리는 법을 배우기로 했단다. 대회 성적 말고 실제로 두 사람이 게임을 하면 누가 이길까? 이번엔 아내 박복희 선수가 받았다.
“우리 부부는 취미마저 연분처럼 딱 맞아요. 골프와 파크골프를 치기 전에는 낚시를 같이 다녔어요. 사람이 없는 데로 배를 끌고 가서 한 보름간 텐트치고 낚시만 했어요. 그러다 둘 다 골프에 빠졌고, 이제는 파크골프만 신나게 치게 된 거죠. 누가 이기냐고요? 남편과 파크골프 내기를 하면 18홀에 4개를 받고 쳤는데, 제가 이기니까 2개로 줄였어요. 그래도 제가 이겨서 밥, 치킨 등 전리품을 챙기고 있습니다. 남편이 계속 저랑 내기 골프를 치려면 더 열심히 벌어야 할 거예요.”
문형식 선수가 아내의 파크골프 실력 자랑을 거들었다. 문 선수가 인정하는 박 선수의 최대 장점은 체력과 비거리다. 박 선수의 비거리는 웬만한 남자 선수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문 선수의 후배들은 박 선수를 형수님이나 언니가 아니라 복희 형님, 복희 오빠라고 부른단다. 비거리의 비결에 대해 박 선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생각하기엔 원래 힘이 쎄고요. (웃음) 연습을 많이 하니까 자연스럽게 비거리를 늘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어요. 롱홀에서는 정확한 스윗스팟에 임펙트, 확실한 체중이동과 헤드 무게로 샷을 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공을 끝까지 보고 힘을 다해 집중해 볼을 치면 비거리를 늘릴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남편이 챙겨주는 장뇌삼 덕분이기도 합니다. 제가 장타를 치면 라운드 동반자들이 오늘도 산삼 먹고 나왔네, 라며 부러워하거든요.”
문 선수의 직업은 부동산 사업가이다. 산 높고 골 깊고 공기와 물 맑은 땅 여기저기에 장뇌삼을 많이 심어놨다. 남편이 아무 때나 캐서 먹이는 ‘심봤다’ 덕분에 아내는 나갔다 하면 ‘우승봤다’를 외치는 격이라며 두 사람은 크게 웃었다. 최고수들의 파크골프 잘 치는 비법이 궁금했다. 이번에도 최근 성적이 좋고 연습량도 많은 박 선수에게 물었다.
“기본기가 중요해요. 처음 배울 때부터 기본기를 충실히 익히세요. 기본 기술은 물론이고 에티켓, 파크골프 룰도 숙지하시고요. 열심히 연습해서 나만의 스윙을 익히면 노하우가 생깁니다. 그리고 공 하나에, 모든 샷마다 집중이 중요합니다. 파크골프에도 왕도는 없습니다. 노력을 이기는 천재는 없으니까요.”
문 선수에게 파크골프가이드 독자들에게 마지막 ‘한 말씀’을 부탁했다. 역시 파크골프 예찬에 지금 당장 파크골프를 시작하란 당부였다. 술에 빠졌던 후배, 다리 절룩이던 친구, 허리 굽었던 선배도 파크골프 치더니 지금은 허리 꼿꼿하게 펴고 36홀을 쌩쌩하게 돈단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국민이 다함께 파크골프를 치면 의사가 굶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