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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 ESG 칼럼] ‘역사상 최악의 겨울’이 곧 온다는데

지난여름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여름’이었다. 폭염 특보제를 도입한 2008년 이후, 서울을 기준으로 할 경우, 가장 늦은 폭염을 기록했다. 9월 19일에야 폭염이 끝났다.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도 나타났다. 현대적 기상 관측 장비를 도입한 1973년 이후, 열대야가 9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서울의 경우, 9월 18일 밤까지 열대야가 지속됐다. 이렇다 보니 역대 여름철 열대야 평균 일수도 올여름에 가장 길었는데, 무려 20.2일이었다.

 

그런 여름이 지난 뒤, 가을이 찾아왔다. 높고 푸른 하늘이 다시 눈에 보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만끽하려고 산에도 오르고 강변에도 나갔다. 삼천리금수 강산의 가을 경치를 즐기는 상추객들의 얼굴은 대부분 밝았다. 역사상 최악이라는 지난여름의 폭염을 금세 잊은 듯했다.

 

그 무렵, 국내엔 물 위에 떠내려가는 얼음덩어리인 유빙을 타고 내려온 아기 북극곰이 민가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다 사살되었다는 외신이 소개됐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는데, 아이슬란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슬란드는 북극곰의 서식지가 아니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에서 북극곰이 목격된 것은 2016년 이후 8년 만이라고 하는데, 그린란드에서 유빙을 타고 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린란드는 북극해에 있다. 육지가 수천 미터 두께의 빙하로 덮인 지역으로 남극과 엇비슷하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까지의 거리는 아주 멀다. 최단 거리가 수백 킬로미터다. 그렇게 먼 거리를 녹아내리는 얼음을 타고 어린 북극곰이 떠내려온 모양이다.

 

북극의 빙하는 북반구 겨울 한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의 귀에 익숙한 ‘제트기류’, 북극에 머무는 차가운 공기의 남하를 막아주는 기류다. 북극의 온도 상승은 이 제트기류를 약하게 만들어 북반구에 매서운 한파를 몰고 온다.

 

북극의 빙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30여 년 전에 비해 1/3 이상 감소했다. 북극의 빙하가 녹고,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성층권에 뭉쳐있는 찬 공기주머니 즉, ‘폴라 보텍스’까지 약화되면 북극의 한파가 동아시아 지역에 머무는 날이 많아진다.

 

올겨울, ‘역대급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예보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하 20도 안팎까지 수은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지난달 하순, 설악산 대청봉에서는 올가을 첫서리도 관측됐다. 지난해보다 무려 한 달 이상 빠른 기록이었다. 이런저런 근거를 들면서 기상학자들은 역대급 한파를 미리 알리며 단단한 대비를 권한다.

 

다행히 역사상 최악의 겨울이 올해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역대급 겨울 한파’가 한반도에 찾아올 날이 그리 머지않은 듯하다. 거의 매년 우리는 ‘역사상 최악의 여름과 겨울’을 걱정하며 살아야 할 성싶다. 이런 세상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따름이다.

 

 

서주원

G.ECONOMY ESG전문기자

前 KBS 방송작가

소설가

ESG생활연구소 상임고문

월간 ‘메타ESG저널’ 발행인

독도문화연대 사무총장